1938년 3월4일 저녁 7시,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가 제의한 부상병을 위한 모금 공연을 하는 날입니다. 장소는 류저우에서 제일 좋은 곡원(曲園)극장입니다. 정원 중앙 분수에 세운 관음상 손끝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고 극장 주변에는 항전을 독려하는 프랜카드가 가득 붙었습니다. 중한 양국 국기도 장내에 가득히 걸리고 관람객도 만원이었습니다. 모금공연 뜨거운 열기를 느껴보고 싶은 곡원극장은 1941년 8월 공습으로 완전히 파괴되어 사라졌습니다.
막이 오르자 류저우구국가무단이 중화민국 국가를 합창하고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 가무조가 애국가를 불렀습니다. 개막사와 유지들의 강연이 있은 후, 전체 관객과 연출자들이 기립하여 중국 항전을 위해 희생한 영령들에게 묵렴하고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전체 공연 프로그램은 모두 31개였는데 그중 18개 종목을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가 연출하고 나머지는 류저우 항전단체 등 찬조 출연이었습니다. 부상 관병들도 무대에 올라 애국 내용을 담은 노래를 합창했습니다.
1부는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 대원 30여 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구망행진곡’, ‘사랑하는 강남’, ‘청년행진곡’을 불렀습니다. 17세 김석동이 합창단을 지휘하고 탭댄스도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반달’ 노래는 극장이 떠나갈 만큼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새카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깃털 옷에 보석처럼 빛나는 별을 하나씩 머리에 얹은 어린이들이 천사처럼 나란히 반달모양의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무대위로 등장하여 맑고 고운 목소리로 반달노래를 부르니 관중들이 탄성을 질렀습니다. 노래는 지복영이 가르치고 김효숙이 무대장치와 의상을 맡은 작품이었습니다.
2부는 ‘구국의 노래’와 ‘중국을 구한다’ 합창을 부르고 하모니커 합주를 연주했습니다. 자체적으로 각본을 쓴 단막극 “국경의 밤”, ‘부상병의 친구’를 연출했는데 한간(漢奸)역을 맡은 민영구(閔泳玖)의 연기가 두드러 졌습니다. 관중들은 친일배에 대한 혐오와 반감이 커서 돌과 신발짝을 쏟아지는 우박처럼 무대위로 던져 연기자 민영구가 많이 맞았습니다. 그러나 민영구는 맞아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연극조의 연미당과 김병인 여사는 ‘장미꽃’과 구망을 호소하는 ‘FRA LIAVOLO’ 라는 오페라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 자체가 짙은 민족적 색채를 지녔지만 진지한 표정과 청아한 목소리가 관객들로 하여금 ‘항일을 해야 한다’는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었습니다.
글: 한국독립운동역사연구회 강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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