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로군정서는 시다퍼 사관연성소를 폐쇄하고 1920년 9월17~18일 장정길에 올랐습니다. 이동하는 병력 규모는 당지에서 모집한 보병, 연성대 사관졸업생, 기초교육을 막 시작한 보병, 소집한 지 며칠되지 않아 전투에 나설 수 없는 자들까지 합해 모두3개 대대였습니다. 이동을 위해 연성대와 보병대대를 여행단이라 개칭하고, 소 달구지 180량을 구입해 비품과 군장비를 실어 백두산으로 향했습니다.
독립군 여행단 일행이 산다오거우(三道溝) 송림핑(松林坪)에 닿았을 때, 중국측이 대규모 일본군이 다가오고 있다고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시베리아로부터 철수하는 2개 사단 등 약 2만여 명 일본군이 독립군 주력세력을 뿌리채 뽑기 위해 포위망을 압축하며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독립단 대표들은 긴급 대책 회의를 열어 작전을 세웠습니다. 김훈은 북로군정서 사령부 제2연대에 배치되어 청산리 바윈핑(白雲坪)에서 일본군과 맞부딪쳤습니다.
10월 21일 새벽 5시, 독립군은 아랫 마을이 환하게 내려다 보이는 바이윈핑 고지에 매복해서 일본군을 기다렸습니다. 여기는 사방으로 산림이 빽빽하고 아름드리 나무가 쓰러져 있어서 엎드리면 쌓인 낙엽에 파묻혀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분간이 안됩니다. 독립군들은 소나무와 잣나무 가지로 위장하고 숲 속에 엎드려서 일본군을 기다렸습니다.
오전 8시쯤, 일본군 전위 부대 1천여 명이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산림으로 들어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일본군이 포위망 안으로 들어오자 독립군은 가지고 있던 6백여정의 소총, 6정의 기관총, 2문의 박격포를 총동원해서 일제히 공격을 했습니다. 결과, 불과 30분만에 일본군 전위부대를 모두 섬멸시켰습니다. 이어 한 시간이 채 못되어 일본군 주력 부대 8~9천명이 겹겹이 밀집 횡대를 이루며 바이윈핑으로 들어왔습니다.
김훈 부대는 일본군복으로 위장하고 높은 지대, 유리한 장소에서 엄폐물을 이용해 탄환을 퍼부으며 좌우 양쪽으로 올라오는 일본군이 서로 싸우도록 유인했습니다. 아군 주력군이 좁은 골짜기를 빠져나가고 적의 포성이 난무할 때 중간 지점을 지키던 김훈이 중대를 인솔해서 좁은 골짜기로 빠져나갔습니다. 이를 모르고 좌우에서 올라온 일본군은 자기네끼리 포격전을 벌여 2,200여명이 죽었습니다. 이 전쟁에서 독립군은 사망자 20명, 중상자 3명과 가벼운 부상자 수 십명 뿐 이었습니다.
청산리 마루거우(马鹿沟)에서도 김훈 중대는 산봉우리 유리한 고지에서 일본군이 포위망으로 들어오도록 유인했습니다. 일본군이 중포를 쏘며 계곡을 따라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소소의 독립군들이 총이 가열되어 손이 데일 정도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맹사격으로 일본군을 저지했습니다.
기관총 중대장 최인걸(崔麟杰, ?~1920)은 기관총과 운명을 같이 할 태세로 새끼줄로 기관총을 자기 다리에 묶고 한 탄대 120발 탄환을 단숨에 쏘았습니다. 비 오듯 쏟아지는 포탄에 겁을 집어먹은 두 동지가 진지를 이탈하여 숨으려고 하자 김훈은 총을 쏘아 이들을 쓰러뜨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냉철하게 계속 지휘를 했습니다.
1921년 2월, 김훈은 신흥무관학교 교장인 윤기섭(尹琦燮, 1887~1959)과 상하이 임시정부를 찾아 갔습니다. 임시정부와 교민 200여명이 인성학교(仁成學校)에서 환영회를 열어주었습니다. 김훈은 그 자리에서 청산리전쟁 보고를 했습니다.
당시 청산리 전투에 동원된 일본군은 2만명이상이었고,독립군은 비전투요원까지 합쳐 겨우 2천 800여명이었다. 청산리 전투에서 적은 병력으로 대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독립군이 용맹하고, 복잡하고 특수한 산악지형에 익숙하고, 독립군은 홑옷에 짚신을 신어 산길을 걸을 때 기동이 민첩했지만, 무엇보다 마을의 동포 아낙들이 독립군과 혼연일체가 되어 치마폭에 밥을 싸서 지원해준 것이 전투력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보고는데, 김훈의 보고를 들은 청중들은 흥분하며 일어서서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김훈은 청산리, 봉오동전투에 대해 「北路我軍實戰記 」를 써서 『독립신문』에 연재했습니다. 이로써 애써 감추려고 했던 일제의 대패전이 세간에 드러나고 한인들은 항일의지를 고취했습니다.
글: 한국독립운동역사연구회 강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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